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31)씨는 작년 본인의 스마트폰에서 지워버렸던 증권사 앱을 최근 다시 깔았다. 네이버·카카오 등 투자했던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손댈 수 없을 만큼 떨어져 포기하는 심정으로 앱을 지웠지만, 최근 많이 회복됐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김씨는 “아직 투자했던 가격까지 돌아오려면 한참 멀었지만, 슬슬 ‘물타기’를 해서 평균 단가를 낮춰봐야겠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라며 “은행 예금 금리도 최근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지난달 받은 성과급을 다시 주식 투자에 써볼까 싶어 증권사 계좌로 옮겨 놨다”고 했다.
지난해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자 주식, 가상 화폐와 같은 위험 자산에 투자된 자금들이 안정적인 은행 예·적금으로 옮겨갔던 ‘역(逆)머니무브’ 현상에 최근 제동이 걸렸다. 주식, 가상 화폐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은 반면 예·적금 금리는 지속적으로 떨어지자 안전 자산으로 대피했던 시중 자금이 다시 위험 자산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의 각종 예금 잔액은 2198조원으로, 전달보다 45조4000억원 줄었다. 작년 12월(15조2000억원 감소)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반면 지난달 말 자산운용사 펀드 등에 들어와 있는 자금의 규모는 881조5000억원으로 작년 11월 말 대비 46조8000억원 늘었다.